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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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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놓으면 균형이 깨진다. 그리고 바로 무너진다. 그렇다면 균형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는 건데, 자연스러움이란 것 자체가 (내 사전 속에서) 균형의 규준같은 것이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균형은 공들여 작위적인 팽팽함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수면이 평평해지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안정감과 그 지속일까. 일상이 안온하게 이어지는 건 균형 잡기 덕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균형의 상태가 위협받을 때, 나는 귀신의 등장으로 화들짝 놀라듯 엄청나게 흔들렸다. 틈이 벌어지고 못생긴, 너절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장 나쁜 건 (일종의) 고통 및 고통의 호소를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온한 일상은 기적이다, 라는 옛날 만화 대사에 기본적으로 동조하기 때문에 나는 복잡해진다. 기적은 애쓰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니, 일상이 순조롭고 평온하길 바란다해도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데, 평온한 일상의 또다른 정의인 균형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게 상당한 노력 또는 감각으로 겨우 유지될 수 있을테니,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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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기에 더욱더) 인상적인 대화는 이런 것이다. 


사랑하니까 그렇지

사랑이라니 사랑같은 게 어디있어 

아니야 있어


좋아함이 뭔지는 알겠다. 귀여운 것도, 예쁜 것도, 불쌍한 것도 다 알겠는데, 사랑이라는 게 따로 있다고는 여전히 모르겠다. 나한테 잘해주면 좋고, 나한테 안잘해주면 싫음. 가끔 잘해줘도 싫은 경우 있으나 안잘해주는데 좋은 경우 없음. 명확한데, 제3의 초월지대에 있다는 사랑이란 건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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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약하고 (그래서) 자기파괴적이다. 일종의 셀프팩폭같은 것이지만, 어쩔 수 없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빈정거리는 투로 문제해결 방식에 문제가 있고 조금만 수틀리면 확 다 엎어버리는 타입이라는 말을 하는 상대가 얼마나 나를 모르고, 상황과 감정에 대해 공감 능력이 부족한지 느껴져서 기가 막혔다. 나는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