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미는 급격히 언니개가 되어갔다. 사실 사진을 찍으면 약간 언니처럼 나오기도 하는 정도고 귀가 좀 자라고 몸 길이가 길어진 것 뿐 아직은 애기개같은 면이 훨씬 더 많다. 밈미는 여전히 태어나고서 세달이 채 안된 어린 개다. 아주 어린 개. 아주 어린 코카 스패니얼. 사실 아주아주아주 어렸을 때, 날 처음 만났을 때 밈미는 코카 스패니얼같지 않았다. 그냥 뒤뚱거리고 기웃기웃하고 어설픈 강아지. 그러나 언니가 되어가면서 밈미는 점점더 코카 스패니얼답게 되었다.
밈미가 언니가 될수록 털 색이 조금씩 더 옅어지면서 말할 수 없이 보들보들한 바비인형의 머리카락같이 윤기가 흘렀다. 밈미는 아메리칸 코카 스패니얼 순종의 얼굴과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약간 아기 비글같이 생겼는데, 예쁘다는 측면에선 누구와도 비할바가 아니었지만, 외모로 볼 때 비글과 코카 스패니얼의 믹스일 수도 있겠다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파하하하 완벽해!! 이랬다. 나는 상처를 받았고, 조금씩 두려웠으며, 하루하루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생겼다.
준영씨가 밈미를 안으면 밈미는 약간 졸려서 이렇게 빙구가 된다. 그러나 이런 빙구 사진이나 위의 새침이 사진 등에서 밈미의 진가는 나타나지 않는다. 코카 스패니얼은 동영상으로 봐야한다. 스틸사진따위.
나는 오늘 아침 거의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밈미를 못 기르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엄마는 단박에 개를 좋아하고 많이 기르셨던 그리고 지금도 기르시는 작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밈미를 넘기기로 약속을 해버렸다. 준영씨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신경정신과 의사선생이 파양을 권했다. 내게 강박증이 있기 때문에 아직 개는 무리라고 하면서.
나는 하루종일 울었다. 밈미를 보면 엉엉 울고 안보면서도 울었다. 학원에 놓여있던 밈미의 물티슈를 보고도 울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건 맞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예쁘게 생긴 것이 나를 너무 좋아하고 내게 너무나 의지하는데, 나는 겨우 그것의 똥오줌을 어찌 못해서 버리는 셈인가 싶으니 내가 개쓰레기같아서 견딜 수 없고, 밈미가 빤히 나를 바라보고 팔짝팔짝 뛰어다니고 할딱대는 모습이 귀여워서 너무 슬펐다.
밤에 잠시 밈미를 안고 집 앞을 산책했다. 나무의 냄새같은 걸 맡게 하고 버스가 쿠왱 하고 지나가는 것도 보여주고 아기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요 노래도 불러주었다. 보들보들한 털, 포동하고 따뜻한 배, 복숭아 냄새가 나는 곱슬귀, 동그랗고 작은 머리뼈 같은 것들이 너무나 귀여웠다. 준영씨는 밈미를 어떻게든 키우게 된다해도 십여년 후 밈미가 죽으면 그 땐 정말 큰일이 아니냐고 했다. 나는 파양 결정을 번복할만큼 하루종일 너무나 슬펐으나 바로 그 얘기에 다시 마음을 굳혔다. 이 개가 죽으면 나는 아마...
나는 개 일반을 여전히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이제 다시는 키우지 않을 것이다. 밈미와 사는 동안 좋았고 꺠달은 것들이 있다. 밈미는 작은 엄마네 집에 가서 잘 살 것이다. 마당도 있고 다른 개 친구도 많고 그러니까. 나는 더 이상 개털맨도 아니고 똥오줌 치우는 개의 노예가 아닐 것이며 1평 정도의 공간이 다시 내 것으로 돌아올 것이고 살균 스프레이를 들고 온집을 헤매며 집에서 개 비린내가 날까봐 노심초사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저것 사대고 병원비대느라 쓰는 돈도 굳을테고.
뭔가, 나쁜게 없는데 이렇게 슬픈건, 참, 묘한 일이지. 마치 나쁜 연애를 끝낼 때의 모순같은...